손녀와 함께(110250519)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눈 뜨고 보면, 마음이 열려서 보면, 모든 사람과 사물이 신기하고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람 중에서도 자신의 혈연들이 더욱더 신기하다. 그런 연후에 모든 사람과 사물이 모두 신기하다는 생각으로 확장된다.
특히 혈연은 내 모습의 DNA가 같아서 그럴 것이다라고 짐작해도, 이 세상 아이들의 얼굴은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눈빛, 입모양, 볼을 씰룩이는 것, 뛰어가는 모습, 그 모두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침, 손녀와 함께 손잡고 유치원 등원길에 나선다. 이제 일주일이 지났는데 하루하루가 경이롭다. 노란 유치원버스에 아이를 탑승시키고 나면 나는 회사로 출근한다.
아침,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옹기종기 모여 노란 차를 기다린다. 부모 얼굴 표정들이 상기되어 있고 자신의 아이와 눈빛과 말로 무언지 모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짧은 시간, 나는 문득 정갈한 마음을 모은다.
'이 어린아이들이, 나아가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서 귀한 사람들이 되어 서로서로 유익을 주고받는 큰 사람들로 자라나게 하옵소서...'라고 묵상 심고 올린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눈물 그렁그렁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9시 20분경, 노란 유치원 승합차가 기다리던 아이들 앞에 선다. 유치원 선생님이 내려 아이들을 줄 세워서 두 손을 앞에 모아 아침 인사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돌려세워 부모님께도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며 인사를 시킨다.
운전하시는 선생님과 유치원 선생님의 웃음 사이로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에게 손을 흔들기도 하고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기도 하며 서로 귀여운 인사를 나눈다.
유치원 노란승합차가 떠난다.
이 시간, 이 자리에서 나는 아이들의 얼굴과 부모님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이 세상의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부모님들의 마음은 얼마나 거룩한지...라는 마음에, 오로지 감사한 생각뿐이다.
감사를 느낀 그 마음은 어느덧 내 생각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내 안에 깃들여 있던 삿된 상상이나 잡념까지 텅 비워준다.
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거실 벽에 봉안한 법신불 일원상(法身佛一圓相) 앞에서 두 손 모아 심고 올릴 때의 그 마음이 된다. 텅 빈 마음, 아무 사심 잡념이 없는 마음, 오직 無心.
오늘 손녀와 함께 유치원 등원 길을 걸으며 그 작은 손이 내 손을 꼭 잡고 걸으며 할아버지에게 종알종알 말하는 아이 소리가 여전히 귀에 생생하다.
이 아침, 나는 "우리 모두 하나 되어 감사하고 보은 하자"라며 마음을 모은다.
나와 아이들이 둘이 아니요 아이와 내가 둘이 아니며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나와 둘이 아니다라는 이 믿음을 다시 새긴다.
오직 텅 비고 가득차서 없어서는 살지 못하는 관계로 맺어져 있는 이 신기한 세상! 이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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