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는 결코 닻을 내리지 않으리라!

[국민일보] 130년 된 교회가 3부 열린 예배… 3040 세대 위한 구역도 따로

130년 된 교회가 3부 열린 예배… 3040 세대 위한 구역도 따로

국민일보 박용미 기자  2024년 1월 22일

김주용 목사는 화합을 강조하는 동시에 교회의 본질을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폭설이 내린 지난 17일 우산을 받쳐 든 김 목사가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앞 건널목을 걸어오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 Copyright@국민일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엔 한국의 주요 교회들이 새 리더십을 찾는 시기였다. 연동·새문안·영락·소망교회 등 역사가 깊거나 상징적인 교회들이 새로운 목회자를 맞이했다. 대다수 교회가 경력을 갖춘 유명 목회자를 청빙하는 안정적인 선택을 한 상황에서 연동교회는 당시 43세로 미국 개척교회에 시무하던 김주용(49) 목사를 선택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연동교회는 전임이자 원로이신 이성희 목사님도 40대 초반에 부임했을 정도로 열려있는 교회였다”며 “나중에 들어보니 청빙 과정에서 ‘젊은 목회자를 한국교회 이름 있는 목회자로 키워내는 교회가 되자’는 성도들의 마음이 모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청빙 과정도 최종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블라인드(비공개)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서울 잠실교회 등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다가 미국 루터란신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한인교회를 거쳐 시카고 기쁨의교회를 개척해 5년여간 이끌었다.

올해 130주년을 맞은 연동교회는 4명의 총회장(함태영·전필순·김형태·이성희 목사)을 배출한 교회다. 이런 교회의 후임으로 온 것에 부담이 없을 리 없었다.

그는 “개척교회 부목사처럼 사역하면서도 역사적인 교회의 후임다운 품격과 진중함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귀국했다”며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연동교회 목사로서 내 말과 행동이 생각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놀라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원로 목사님과 성도들 도움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부임 후 교회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함께 주려고 노력했다. 미국에서 경험한 교회 쇠퇴와 침체를 따라가지 않으려면 ‘클래식(classic)’은 지키되 ‘올드(old)’하지 않아야 했다. 3부 예배를 열린 예배로 바꿨고 3040 세대를 위한 구역을 따로 편성했다.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적으로 하기 위해 정책 당회를 할 때 평신도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강단에서도 정의와 공정을 바탕으로 시대상을 반영한 날카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지난 역사를 보면 연동교회는 항상 개혁의 선봉에 있었습니다. 민주적인 투표 절차를 거쳐 1대 장로를 천민 출신으로 세웠고 천대받던 아이들을 위한 ‘소아회’를 만들어 교회학교의 효시가 됐습니다. 연동교회 전통은 고리타분한 구습이 아닌 혁신이었고 그 기본 정신을 현재에도 이어가면 결국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목사는 교계 연합기구와 총회 등이 모여 있는 종로5가에 위치한 교회 특성을 살려 한국교회 역사를 알리는 일에도 나섰다. 지난해에는 연동교회 1대 목사이자 일평생 한글을 연구했던 제임스 게일(1863~1937) 선교사를 조명하는 학술세미나를 열었고 앞으로도 교회사에 큰 영향을 미친 연동교회 출신 인물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지역이 발전하고 바뀌더라도 동네 교회는 바뀌지 않기에 역사를 품고 있는 교회가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당시 인물이나 상황을 발굴하고 연구하면서 지역의 역사를 지키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동교회의 게일 선교사 학술세미나를 보고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 측에서 인근 효제동에서 태어난 김 의사를 알리는 사역을 함께하자고 제안해 오기도 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이런 다양한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교회 안에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더게일홀’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지역 카페와 부딪치지 않도록 음료 자판기만 두고 누구든 편하게 들어와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통해 지역과 접촉점을 만들었다. 연동교회 예배당은 전형적인 교회 모습이지만 그 안에 역동성이 있고 친화적인 분위기가 흐르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김 목사는 ‘화해’를 키워드로 한국교회 내부 갈등 회복은 물론 사회와의 간극도 좁혀나가는 교회를 만들려고 한다. 세대 이념 빈부격차 등으로 일어나는 대립을 끊고 사랑과 용서의 모범을 보이는 게 목표다.

“한국에 와서 생각보다 교회의 갈등이 심화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교회 본연의 자세는 화합인데 그런 분위기가 무너진 데다 특히 세상과 사회 사이의 다리가 끊어진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한국교회는 오랜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던 본질을 다시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지역과 이웃을 섬기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젊은 목회자는 물론 선배 목사님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한국교회를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