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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기독 정체성 휘청이는 시대, 두 목회자가 남긴 유산… “기독교의 본질은 약함·착함·주변성… 십자가 중심 삶 회복해야”

생전의 김명혁 강변교회 원로목사가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강변교회 제공 © Copyright@국민일보
 

미수(米壽·88세)를 한 해 앞두고 18일 별세한 김명혁(강변교회 원로) 목사는 한국교회가 낳은 복음주의 거장으로 꼽힌다. 그는 생전에 한국교회가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면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다며 기독교의 본질은 약함과 착함, 주변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복음 3도(道)’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열한 살 때인 1948년 홀로 월남한 이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까지 한국교회의 대표적 복음주의 역사신학자로 자리매김했다. 6·25전쟁과 군사정권 등 한국사의 굵직한 풍파를 겪으면서도 때에 따라 필요한 교회와 기독교인의 소명을 몸소 세상에 보여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 목사는 신앙이 관념적이어서는 안 되며 신앙의 모습을 구체화해 십자가 중심의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생전의 그는 “기독교 특성은 강함이나 부요함이 아니다. 기독교는 약함의 종교다”면서 “내가 약할 때 곧 강함이라고 했다. 약해져야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독교는 착해야 하며 목회자들이 약해질 수 있는 용기, 착해질 수 있는 소양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가 말한 ‘착함’이란 윤리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 유익을 포기하고 남의 유익을 위하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주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 많은 기독교인이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민족주의를 초월한 신앙관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나라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기독교가 민족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강조한 키워드다. 그는 “주변성이란 자기 민족과 국가를 넘어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정신이다. 그리스도인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더욱 넓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를 오랫동안 섬긴 그는 2008년 은퇴 뒤에도 원로 및 선교목사로 사역하면서 국내외 교회와 단체 등을 두루 다니며 설교하며 후배 목회자들을 격려해 왔다.

김 목사의 장례는 20일부터 22일까지 엄수된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