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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감상

갈등,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카타르 도하에서 있었던 아세안컵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는 4강이 붙는 준결승에 올랐다. 요르단전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은 자타가 인정하는 화려한 전력으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경기의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유효슈팅 0:16, 골스코어 0:2라는 참패를 당했다. 밤새워 응원한 한국축구팬들은 예상치못한 이 충격적 패배에 크게 실망했다.

  며칠 후에 영국의 더선지 기사를 통해 놀라운 사실이 알려졌다. 준결승 전날 저녁에 주장 손흥민 선수와 막내 이강인 선수가 말다툼과 몸싸움을 했다는 내용과 그 다툼으로 인해 손흥민선수의 손가락이 탈골되는 부상을 입었다는 것.
  손흥민 주장이 전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식사 후에 다음 날 시합을 준비하는 팀미팅을 하자고 했는데 몇몇 선수들(이강민 설영우, 정우영, 등)은 이를 무시하고 탁구를 쳤단다. 손 주장이 이를 훈계하는 과정에서 서로 몸싸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요르단전 앞두고 발생한 선수들의 불화는 감독의 무성의와 불성실, 전술 전략 부재가 큰 원인이겠지만 선수들 사이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에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어제 있었던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 온라인 화상으로 참석한 클리스만 감독은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 자신의 전략은 문제가 없었고, 패배의 원인은 선수들의 불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축구팬들은 분노했다. 감독이 선수들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방관한 것이 직무유기가 아닌가 하며 악화 된 국내 여론에 그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과 다름없었다.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분노가 폭발했다. 다음 날 하루 왼종일 클리스만 감독을 비난하는 국내 신문 방송의 여론이 넘쳐났다.
  
  패배 당한 그날 그라운드에서 활짝 웃으며 승리팀 감독에게 다가가 그 특유의 세련된 미소를 지으며 상대 감독을 포옹하는 클리스만에게 요르단 감독은 기꺼운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 축구팬들은 이 장면을 보며 저게 아닌데라며 의아해 했다. 선수들이 망연한 모습으로 울고 있는 그 자리에서 오히려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는 감독.

클린스만 전 감독과 후세인 아모타 감독

  패배에도 미소를 지은 이유에 대해 묻자 클린스만은 “상대팀이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했을 때 축하는 당연하다. 상대가 잘했을 때는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웃으며 축하하지 말라고 하면 서로 생각하는 관점이 다를 뿐이다. 축하해 주는 것도 지도자로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과 외국인 감독의 문화차이.

  나는 이번 사태의 숨겨진 원인으로 동서양의 문화의 차이가 그 배경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선수들을 보는 우리나라 축구팬들의 문화와 외국감독이 우리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 또 대표선수들이 배우고 자라온 생활 문화의 차이, 한국적 상명하복 문화가 빚어낸 갈등과 반목도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클리스만 감독, 전체적이고 상명하복의 문화보다는 개인주의적이고 각자의 개성이 존중 받아야 한다는, 즉 나이 차이에 차별이 없이 연장자나 어린 사람이나 그라운드에서 선수는 선수일 뿐, 평등한 조건에서 함께 팀웍을 발휘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유교 문화가 몸에 배어있는 한국사람들은 그라운드를 떠나 일상에서는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엄정하다. 이것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우리 선수들에게 부족했고 또 그 감독도 이러한 문화를 잘 알고 팀운영에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몰랐거나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강인 선수,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 유소년 축구시절을 겪어왔다. 그가 속한 소속팀에서 플레이를 할 때 그 보다 나이 많은 선수라고 해서 상명하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도 못 해보고 성장한 사람이다. 그래서 대표팀의 연장자들인 형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의 부모가 해외 생활하는 이강인선수에게 한국적 문화 소양을 길러 주는 장유유서 교육도 사정상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손흥민 선수, 아버지 손정웅 감독의 훈육 속에서 일찍 외국으로 나가서 유럽 축구를 배웠다. 아버지의 헌신을 잘 알기에 그는 아버지의 지도에 순응했고 스스로 말하길 자신의 축구실력은 아버지의 작품이라고까지 그는 말한다. 아버지의 열성적 지도로 그가 어린시절부터 기본기가 출중한 실력을 갖출 수가 있었다는 것을 본인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손흥민 선수는 유럽의 문화 속에서 성장했지만, 한국의 유교적 문화와 미덕을 부모를 통해 체득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패배를 하고 나서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한 손흥민 선수의 말을 들어보면 역시 주장답다. 자신의 부족으로 팀이 패배하여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결과가 좋지 않은데 대해 책임은 자신에게 묻고다른 선수들을 너무 나무라지 말고 격려해 줄 것을 부탁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거듭 사과했다. 겸허한 손 선수의 모습을 본 한국 축구팬들은 오히려 그에게 위로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지금 클리스만 감독과 축구협회 임원들을 탓하는 우리 팬들의 비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우리 대표팀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축구대표팀의 반목과 갈등을 보면서 나에게 이런 감상이 들었다.
  인생의 여러 과정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우리에게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내 삶에 지혜로운 해결책을 얻는데 활용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조직의 분위기가 갈등과 반목으로 번져나갈 때, 그 조직의 리더는 이 판단이 우선 되어야한다.  즉 급선무는, 분란의 요인을 재빨리 분석, 해결책을 즉시 마련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서로 공감했던 점들을 먼저 도출하고 그러한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서로 좋은 결과를 얻기위해 상대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감정을 앞세우면 모두에게 어떠한 이익도 없다.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함께 해결의 실마리 찾아가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이때 리더는 이견이 있는 것은 가능한 뒤로 미루고 공감되는 것들을 먼저 앞세워가며 조직의 화합을 목표로 배짱있게 밀고 나아가야한다. 결국 모든 구성원들이 윈윈(Win-Win)할 때까지.

  요약하면, 불화로 생긴 감정을 먼저 가라앉히고 각자의 마음에 평정심을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시급히 마련한다.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챙긴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긍정적으로 행동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공감하고 있었던 것을 먼저 챙기고 이를 중심으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함께 협조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흘러 보낸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자.

 우리에겐 늘 새 강물이 흘러든다.

  (인생 선배들이 체험한 지혜가 이것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날 임원회의에서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건의를 비롯한 국가대표팀 현안을 논의한다.(공동취재)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김도용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직접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경질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오전 10시부터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KFA 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김정배 상근부회장, 최영일 부회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이윤남 윤리위원장, 김태영 사회공헌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김진항 대회운영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 등 총 10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비공개이며 3시간 가깝게 진행 중이다.

긴급 임원회의의 주 안건은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다. 전날(15일)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과 등을 논의하며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뜻을 모았다.

전력강화위를 마친 뒤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위원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더는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회의 결과를 KFA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축구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클린스만호는 지난 10일 막을 내린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유효 슈팅 1개도 때리지 못하는 굴욕 끝에 0-2로 완패했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했던 태극전사였는데 허무한 결과로 실망감을 안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내내 이렇다 할 전술 없이 선수 개인에 의존하는 축구로 비판을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민아)해줘 축구'란 비아냥까지 들었다.

아시안컵에 앞서 이미 잡음이 많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잇따른 외유 논란과 재택근무, 웨일스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아들을 주기 위해 상대 주장 애런 램지의 유니폼을 얻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 관리 문제도 대두됐다. 대표팀은 요르단과의 4강을 앞두고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주축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심하게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

총체적 난국인데도 수장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의 전술 부재를 지적하자 인정하지 않고, 선수단 내 불화로 인한 경기력 저하를 핑계 댄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KFA는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고, 이제 정몽규 회장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 시 코칭스태프 포함 100억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날 임원회의에서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건의를 비롯한 국가대표팀 현안을 논의한다.(공동취재)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때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정 회장이지만 전력강화위에서 사령탑 경질을 건의하면서 결국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클린스만 감독을 감쌌던 정 회장이지만 팬들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이번 사태가 번지는 등 들끓는 여론 등으로 인해 경질 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KFA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0분 전후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정몽규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뿐 아니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를 축구 수장이 직접 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아가 동반 책임론이 제기된 정몽규 회장이 '깜짝' 사퇴를 발표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날 임원회의에서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건의를 비롯한 국가대표팀 현안을 논의한다.(공동취재)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기사제공 뉴스1

이재상 기자 (alexei@news1.kr),김도용 기자 (dyk0609@news1.kr)


 

강인, 런던 찾아 손흥민에 사과…"절대로 해선 안될 행동했다"

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선 안 될 행동…깊이 뉘우쳐"

"동료들에게도 하나하나 연락 해 사과…배려와 존중 부족했다"

하나되지 못했던 대표팀 © 제공: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탁구게이트'의 중심에 선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영국 런던으로 가 손흥민(토트넘)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리고 손흥민과 국가대표팀 동료들, 축구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요르단과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을 앞두고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이후 14일,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서 일주일 만에 이뤄진 사과다.

이강인은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는 말로 사과문을 시작했다.

이어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쓰라린 상처로 남은 아시안컵 © 제공: 연합뉴스
 

그러면서 "흥민이 형에게 얼마나 간절한 대회였는지 제가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으로 그리고 행동으로는 그 간절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특히 흥민이 형이 주장으로서 형으로서 또한 팀 동료로서 단합을 위해 저에게 한 충고들을 귀담아듣지 않고 제 의견만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강인은 요르단과 준결승전 전날 식사 자리에서 일부 선수들과 별도로 탁구를 쳤다. 손흥민이 제지하려 했지만, 이강인은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둘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손흥민이 멱살을 잡자, 이강인은 주먹을 휘둘렀다.

이브라힘 사데에게 막힌 이강인의 크로스 © 제공: 연합뉴스
 

이강인은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다른 선배, 동료들에게도 하나하나 연락해 사과했다는 이강인은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 약속드렸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또 "과분한 기대와 성원을 받았는데도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범된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팬들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