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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감상

젊은 부부의 싱싱한 아침

  성실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늘 내 마음이 행복하고 도 그들과 함께 나도 싱싱해진다. 

  오늘 아침 일찍 차량이동을 부탁한다는 전화를 받고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통로에 주차한 내 차를 이동해주고 오면서 '새벽 찬바람을 쐬었지만 마음은 한결 훈훈하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송도아파트에 살 때는 지하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 차량 주차할 걱정이 없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늘 깨끗하게 차를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부천아파트로 이사와 불편한 것이 딱 하나 있다. 지상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것. 겨울에 주차를 표시구역에 제대로 해두어도 통로에 이면주차한 차량으로 인해 출근할 때 그 차를 밀고 내 차를 빼내려면 허리에 무리가 왔다. 예전에 그로인해 척추에 발생한 통증으로 고생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몇 번을 이면주차 차량을 밀어내고 출근하다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아예 내 차를 통로에 이면주차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제 저녁에도내 차를 주차장 통로에다 이면주차해두고 차안 대쉬보드 위에 내 휴대폰 번호를 적은 표식을 올려 두었다. 기어는 중립으로 맞춰두었다. 그렇게 해도 내 차를 밀어내려는 누가 있다면 성인 두 사람 정도의 힘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아침에 내 차량을 이동해달라고 전화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 나는 얼른 집에서 나와 이동해주는 협조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이면에다 주차했다. 
  오늘 새벽에 일이다. "서울교당 창립백년 365특별기도" 360일째 기도를 마쳤다. 기도 마치기를 기다린 듯이 윗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에서 소리가 울렸다. "2279호 차주이시죠?" 나는 즉시 알아챘다. " 예, 그렇습니다. 주차이동을 해달라는 말씀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약간 상기된 듯안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감사합니다."
  나는 거실에서 외출복 차림으로 아침기도를 마친 뒤라서 바로 현관문을 열고 1층 지상 주차장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저만치 두 사람이 주차장 통로에 세워둔 내 차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어슴프레하게 보였다. 내게 전화를 건 사람 같았다. 나는 "많이 기다리셨죠.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나는 차를 운전해 주차장 통로를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아서 다시 그 자리로 왔다. 그 차가 빠지고 난 자리에 내 차를 제대로 주차하면 된다. SUV차량이 해드라이트를 켜고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그대로 남아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크림색 오버코트를 걸치고 바지는 체크무늬의 잠옷바지를 입은 여성이다. 아마 운전자의 아내 같았다. 나는 ‘아, 남편이 출근하려고 주차장에 나와보니 자신의 차 앞에 내 차가 이면주차되어 있으니 밀어내어 통로를 확보하고 차를 운전하려하다가 혼자 힘으로 안되니 아내더러 도와 달라고 전화해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두 사람이 주차장에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힘을 모아 밀었는데도 주차된 차를 이동시키지 못하자 할 수 없이 이른 시간에 내키지 않은 전화를 차주인 나에게 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주차장에서 만난 그 젊은 부부의 마음쓰는 모습이 내게 건강하고 싱그럽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내 마음은  그 기운이 결치듯 했다.
  
  나의 사위도 자기 집에서 관악산 서울대 캠퍼스 안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려면 새벽 7시 전에 자기 집을 나선다. 짐작건대 출근하는 시내 도로가 아침 러시아워 시간에 발생하는 교통체증으로 많이 지체 되자 이를 피해 출근하려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즈음 젊은이들은 대부분 이런 성실한 사람들이다. 오늘 아침에 내가 만난 그 싱그러운 부부의 모습처럼.
  우리의 미래 젊은 세대는 이래서 희망이 있다.
  우리 교당 서이주* 젊은 부부들만 봐도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원불교 서울교당 돈암동 시절을 회상하며(아래 사진과 비교)-사진 김혜원 교무
원불교 돈암동 신축서울교당 앞에서

 
  *서이주 : 서울교당 이십일세기 주인공의 줄인 말. 3040 부부들이 주축으로 별도 법회를 본다. 동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지혜를 함께 나누며 법연을 기꾸어 가는 서울교당의 미래 주인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