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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사은이고 몰라도 사은이다

어른처럼 행동해야 어른이 된다

  어제 원불교 서울교당에서 매 3년마다 실시하는 재가교도들의 교도법위사정 기초조사를 실시했다. 기초조사에 기재하는 공부 내용은 자신의 마음공부 수준을 스스로 점검하는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이 시점에서 나의 신앙과 수행의 마음공부는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고 있나 하는 것을 자가 점검하는 신분조사이다. 이것은 교당 교무님께서 현재 자신의 소속교당 교도들의 심신 간 공부 수준을 점검하는 조사이다. 이러한 정기적 조사 제도를 통해 교당이나 교구, 또는 교단에서 현재 교도들의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수준이 얼마 정도인지 또 어떻게  이러한 수준에서 교도들의 신앙과 수행의 진전을 위해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것인지 조사하는 매우 중요한 신앙행위이자 독특한 원불교만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어제 기초조사 자가점검표에 내 공부의 현재 수준을 점검해 보았는데 법마상전급에서 60점 정도 수준이 나오는 것으로 스스로 점검해 보았다. 도반인 아내는 내게 말했다. 당신이 자신의 수준을 스스로 너무 낮게 자평하는 그것이 당신 속의 또다른 치심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제 교당에서 귀가하여 나와 자신의 평가를 서로 말해주다가 이를 두고 두 사람이 재미있게 서로를 지적하는 말장난을 치기도 했다.

  나는 평가지에 특갑, 갑, 을, 병 중,  자신의 평가 대부분 "을" 또는 "병"으로 표기했는데, 아내는 일부 평가항목에 "특갑"으로 평가했다는 말을 했다. 자신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 온 사람이라서 그렇다는 이유도 말하면서... 나는 과유불급이라면서 대뜸 그에게 별명을 붙여 주었다. "특갑님! 을병이가 그대를 잘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아내는 자신이 너무 과하게 점수를 후하게 준게 아닌가 하고 잠시 당황하기도 했다.

  그런 아내가 나에게 치심이 많이 있어 그렇다는 진단을 했지만,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다. 오래 전부터 나는 나를 평가할 때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나에게는 박(薄)하게 하고, 남에게는 후(厚)하게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 그 호오와 그 당시 경계의 강약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는 후박을 애 마음대로 실천하지 못할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럴 때가 나의 부족한 면을 드러낼 때이다. 내가 상대를 후하게 대하지 못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갑자기 뜻하지 않은 강한 경계를 갑자기 만나, 마음이 위축되어 여유가 없이 졸아져 있을 때 위의 원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원만하게 취사하는 것에 애로사항을 느낀다. 아직 나의 기질 수양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신 수양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심성 수양(내정정)과 기질 수양(외정정) 두 종류이다. 이 두 가지를 통틀어 "철주의 중심이요 석벽의 외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심성수양보다 기질수양이 많이 부족한 것같다. 내 심성을 살펴보면 내가 부드러운 마음의 소유자가 아니라 기질이 굳세지 못한 것이라고 스스로 자평한다. 

    어린애처럼 경솔하게 언행 할 것이 아니라, 어른처럼 좀 더 진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규범을 내가 지녀야 하겠다. 이제 나도 칠순이 코 앞이다. 어른처럼 행동해야 어른이 된다. 하루 하루 생활을 해나가면서 "불법시 생활, 생활시 불법"을 늘 마음에 새기고 유념 공부로써 심성수양과 기질수양을 아울러 해서 어른답게 행동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