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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사은이고 몰라도 사은이다

의자만 옮겨 앉아도 하루에 44번이나 노을을 볼 수 있다고?

지는 해의 모습이 장엄하여 황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가 자기를 이긴 사람이다.

눈을 뚫고 꽃을 피우는 파설초나 겨울을 이기고 피어난 인동초를 보면 오십여 년의 내 마음 공부가 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인 게 인생살이라 말들 하지만, 사실 마음으로 공 들인 적공탑은 그리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나약한 사람은 처음에는 남녀욕에 무너지고, 소화기관과 배설기관이 발달하면 재물욕에 무너지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의 이름값에 매달린다. 그런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인생이야말로 성공한 인생이다.

그래서 나는 같은 실수를 되새김질 하지 않고, 한 말을 또 하는 노년의 기억 저 편에서 가물거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아직도 내겐 해는 지지 않았고 노을은 여전히 장엄하다. 의자에 좌정하곤 그 의자만 옮기면 언제라도 노을을 볼 수 있다. 여전히 지금도 나에겐 늦지 않았다.

하루에도 마흔 네 번의 노을을 볼 수 있다던 어린 왕자의 그 혹성을 생각하는 이즈음이다.

아, 내가 너무 일찍 철없이 나이는 먹었으나 인생을 배우는 지혜 욕구 만큼은 늘 나를 싱싱하게 해준다. 장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방법은 장엄한 풍경 속에 잠기는 것. 앞으로 나는 내 인생에서 장엄한 노을과 몇 번이나 마주할 수 있을까...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