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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작용처리건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 것이요

  수년 전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특이한 제목의 책을 보았다.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다"(카톨릭 프란치스코교황 수필집) 라는 제목의 책을 보았다. 뒤담화란 특정 대상이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의 험담 따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원불교 정전 30계문 중에,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 것이요"라는 계문이 있다. 어느 정도 마음공부가 되어 있는 교도들 중에, 특별히 신심이 깊은 교도들에겐 이 계문을 잘 유념해서 범계하지 않도록 유념시키고 있다. 즉 교무는 교도들에게 이를 엄격이 유념시키고 또 잘 지키도록 지도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자기보다 부족한 사람에 대한 과실을 유리알 보듯 잘 찾아내고 그것을 지적하길 좋아한다. 물론 그 사람이 그러한 허물을 고치기를 바라는 좋은 의도에서 지적하기도 하지만, 지적을 당하는 상대방은 결코 감사하게 여기질 못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자기 보다 나은 이를 만나게 되면 시기심이 발동하여 그 사람을 험담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더 고약한 후과를 남기게 된다. 자신의 험담이 거짓으로 판명날 경우에는 씻을 수 없는 신뢰의 상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는 것은 그 대상이 되는 상대방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되겠지만, 말하는 본인에게도 무의식 속에 자신의 존재감이 낮아지는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공부를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 움직임을, 신앙의 차원에서,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않는 절제력은 여간한 내공이 없으면 갖추기 어려운 마음의 근력이다. 그래서 교황께서는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聖人)이라고 우리에게 말씀해 주신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 한국무역신문(2023년 8월 26일자 제783호)에 "험담은 사실이어도 하지 말아야"라는 칼럼이 실렸다.
   살아가면서 남의 과실을 말하지 않는 내공을 쌓아 함께 하는 모든 동반자들과 상생의 선연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를 소개한다. 


"험담은 사실이어도 하지 말아야"
  회사에서 가장 삼가고 조심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언급될 수 있지만, 필자는 단연 험담을 꼽는다. 회사는 조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다. 그 힘은 서로 협업하는 데서 나온다. 그런데 험담은 그 경쟁력을 원천봉쇄하는 부작용을 야기한다. 
  칭찬의 말은 꿀처럼 달아 인간관계의 영양제나 치료제 역할을 하지만, 험담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사람을 벤다. 그리고 마침내 복수로 이어져 해당 직원은 물론 회사 전체를 끝없는 추락의 기로 안내한다.
  험담에 대한 정의도 이채롭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고는 모두가 험담'이라고 한다. 애매한 말도 여러 명의 입을 거치면서 부정적인 기류로 흐르고 평범한 말도 악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인간사이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노사협상에서 사측 실무자로 참석한 적이 있다. 식사를 겸한 자리였는데 분위기가 너무 험악하여 식사는커녕 제대로 대화가 진행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필자를 더 힘들게 한 것은 그 다음이다. 노조가 속보를 통해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공지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측 대표 한 명을 거명하면서 험담을 한 것이다. 
  있지도 않았던 일에 양념을 더하니 그 사람은 완전히 정상인이 아닌 사람처럼 묘사되었다. 한편으로 노조 전략상 다소 과장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으나, 팩트 중심으로 해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그 험담은 발설했던 당사자에게 돌아갔다. 거친 용어와 과장을 반복하면서 그 사람 평판이 나쁘게 굳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노조 전임자 업무를 마치고 현업에 돌아왔을 때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그의 언어습관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노사협상에서 했던 언행이 그 사람 습관이 되어 편하게 대해야 할 주위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언젠가 잘 아는 분에게, 너무 억울하여 꼭 험담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일 때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상의한 적이 있다. "일단 억울한 일은 세상에 너무 흔하고 나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기적인 생각과 편견은 누구에게나 일상이다. 다만, 이것을 마음에만 담아두고 스스로 소화하느냐, 아니면 배설하여 주위를 더럽게 하느냐로 나눠진다. 그래서 꼭 소리를 지르고 싶으면 혼자 있을 때 하거나, 아니면 하늘을 보고 하라."는 말을 들었다. 사방이 갇혀 있더라도 하늘은 항상 뚫려 있고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큰 소리로 외치라는 의미다.
  좀 더 성숙해지면 험담을 하지 않는 다는 수준을 넘어, 험담의 전파를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누군가 그런 소리를 한다면 더 이상 전하지 말고 자기 선에서 끊는 것이다. 
  주위에서 누가 험담으로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럴 리가 없다면서 오히려 설득해보는 건 어떨까. 분명히 오해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왜냐하면, 험담은 그것이 사실이라도 전파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험담을 하면 양심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험담은 아예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최고의 리더십이다.
  험담의 전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내 메신저가 발달한 요즘 안 좋은 말은 순식간에 퍼진다. 빛의 속도로 전파되고 심지어 생중계되기도한다. 또 녹음 파일 형태로 나돌기도 한다. 
  정치판에만 야합과 술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도 존재할 수 있다. 건강한 회사는 직원들은 험담에 대해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 말을 나에 대한 것으로 생각하고 짚어봐야 한다. 누가 나에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런 말을 한다면 내가 좋아할 것인가? Yes라는 답을 얻을 수 있는 내용만 전해야 한다. 
  회식에서 최고의 안주는 상사에 대한 험담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 모임에는 한 두 다리 건너 그 상사와 친한 사람이 있어 내용이 반드시 전달되기 때문이다. 
  험담의 유혹에 빠질 때 새겨야 할 말이 있다. 비난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스스로의 내면에 통제력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즉, 험담은 자기 부족감을 키우고 자존감을 낮추는 소통 방식인 것이다. 나아가 스스로의 내면을 해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상대를 비난하여 문제를 자기에게 빨리 유리하게 반전(해결)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는 게 험담인데, 상대가 그것을 듣는 즉시 반사적으로 방어하는 본능이 발휘되어 더 크게 공격해 오기 때문에 해결이 아닌 싸움이 되는 것이다.   (민영채/W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