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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작용처리건

지은보은(知恩報恩), 진리는 생멸이 없고 인과가 있다.

  인과의 이치는 호리도 틀림이 없다는 것을 믿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믿는다. "진리는 생멸(生滅)이 없고 인과(因果)가 있다."는 것을.

  공사(公事)를 사사(私事)보다 우선해서 처리해야 하는데, 지난 토요일에 나는 개인적 일을 교당의 공사에 우선하다가 인과 보복을 당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주 토요일(8/26토)이었다. 토요일에 교당에서 '서울교당 창립100년 워크샵"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계획되어 그 모임에 참석해야했다. 사실 그날 나는 선약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예타원과 아트센터 인천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황제" 연주회에 참석하는 일정이고, 다른 하나는 1500세대 약3,4천명의 입주민이 사는 아파트 감사로서 입주자대표 정기회의에 참석을 해야하는 두 가지 일정이 있었다. 입주자회의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였고, 콘서트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였다. 

  교당 워크샵에 참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내가 행사장엄분과장의 소임을 맡았기 때문이다. 
  예타원은 이런 나의 사정을 이해하고 내게 다른 일은 다음에도 할 수 있으니까 교당 워크샵에 참석하는 것을 우선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교당 워크샵에 참석하는 것을 당연시 했다. 그리고 입주자 대표회의와 콘서트의 대안을 생각했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나 말고 또 한 명의 감사에게 부탁했다. 물론 감사보고서는 다 작성했고 그가 입대의에 보고만 하면 되도록 해두었다. 콘서트는 나 대신에 예타원이 잘 아는 지인과 함께 동행토록 그렇게 생각하고 그 부분은 공연 전날에 예타원에게 말해주면 되리라 생각했다. 

  예타원이 나와 함께 콘서트장에 동행하는 것은 그의 쾌유와도 연결되는 힐링의 시간이다. 내게나 그에게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고민에 싸였다. 여태까지 한 번도 예타원 단독으로 콘서트 장에 간 적이 없었기에 그도 나도 불안했다. 결국 예타원은 예매표를 취소하고 이번 공연은 포기하자는 말을, 내게 했다. 

  워크샵이 있는 토요일 하루 전, 금요일 오전에 나는 교감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내일 있을 워크샵은 제가 오전에만 참석하고 12시 무렵에 교당에서 떠나와야 한다는 고언을 드렸다. 전화 너머에서 교감님은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하시라고 허락해 주셨다. 담당 사무총장 교무님께도 양해의 전화를 드렸다. 

  워크샵 당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나는 우리 행사장엄분과원들과 함께 회의했다. 준비가 덜 된 분과장을 걱정하는 분과원들의 시선을 따갑게 느끼면서 나는 오전 일정을 수행했다. 12시가 되자 워크샵에 참석했던 분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에서 모두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나는 우리 분과원들에게 미리 내 사정을 얘기해 두었기에 그 시간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인천 송도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서울대 입구 방향 강남순환고속도로 진입램프를 향해 운전했다. 아차! 화장실에 들리고 나서 출발해야지하는 생각을 깜빡 잊고 바로 운전을 했던 것이다. 관악 경찰서를 표시하는 사인보드를 저만치 보면서 나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오줌이 크게 마려웠다. 경찰서에 들러야 했다. 아이고, 죄도 없는데 웬 경찰서 입장이란 말이냐...라고 푸념하면서 급하게 차량을 주차장에 주차하고 입구 담당 경찰관에게 사정을 말했다. 

  "아니, 소변이 마려워서 경찰서를 찾는 사람은 선생님이 처음입니다 그려! 하하...", 나는 오만상을 찌뿌리며 바지 앞춤을 두 손으로 감싸쥔 채 두 허벅지와 괄약근에 힘을 잔뜩 주면서 나의 요관을오므릴대로 오므리면서 저 앞에 보이는 화장실을 향해 어정어정 한 발 한 발 걸어갔다.
  마침 화장실 청소를 마친 청소담당 여사님께서 남자화장실 문을 활짝 열면서 나오셨다. 나는 다급하게 "비키시오! 비키시오!"라고 고래고래 소릴 지르면서 조금씩조금씩 조심조심하며 앞으로앞으로 나아갔다. "선생님, 매우 급하신 모양입니다~ ㅋㅋ" 그 여사님은, 알만하다는 표정으로 웃으시면서, 내게 가엽다는 미소까지 지었다.

   흐흑..으...으으.... 아!  지상 낙원이 있다면 아마 이곳 남자 화장실이 분명한 것같다. 급한 용무를 마치고 바지앞 자크를 올리면서 나는 "휴유~^^"하고, 한 숨을 길게 내뱉었다. 

   송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에 예타원과 함께 갔다. 베토벤 황제 피아노협주곡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지휘자 최수열이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협주곡을, 경기필하머니오케스트라가 교향곡을, 1부와 2부에서 차례로 연주한 그날 공연을 나와 예타원, 우리 둘이서 나란히 앞쪽 로열석에 앉아 기쁘게 감상했다. 

  바쁜 토요일 일정이 무사히 지나갔다. 저녁 식사 후, 곰곰히 생각했다. 오늘 내 취사가 몇 점이나 될 것인가? 자책감이 밀려왔다. '아, 내가 사사를 우선해서 취사했구나... 말하자면, "입대의 일"과 "교당 창립백년 워크샵"은 공사인데...' 

  입대의 회의 불참은 나 말고라도 또 한 분의 감사가 계셔서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교당 창립100년 위크샵은 내가 행사장엄분과장의 책임을 맡아 있는데 그렇게 취사해선 안되는 게 아니냐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잠 자기 전에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두 가지를 실행했다. 참회문 독경 1독, 백일 108배 기도를 올리는 것을 실행했다. 다른 때 같으면 저녁기도 마치고 몸과 마음이 개운하였는데, 이날은 그런 컨디션이 회복되질 않았다. 나는 내가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다. 나의 착심과 내게 갊아 있는 중생의 업력을 내 스스로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일요 예회날이다.
  아침 일찍, 나는 예타원 회복과 나의 참회정진을 기원하는 천일기도를 마치고, 노트에 감상담을 기재하고나니 버스 M6405시간이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나는 교당 법회에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샤워하는 것을 포기하고 세수만하고 교당을 향했다. 

  교당에는 법회 15분 전에 도착했다. 다행이었다. 나는 샤워시간을 포기한 것을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당 1층 현관문을 밀고 로비로 들어섰다. 하얀 법복을 입은 교감님께서 대각전 앞에 서서 예회에 참석하시는 여러 교도님들을 맞이하고 계셨다. 나를 보시더니 교감님은 "예타원은 같이 오지 않았어요?'라고 예타원을 찾으셨다. 나는 함께 오지 못했다고 말씀드리고, 어제 워크샵이 끝날 때까지 남아서 함께 하지 못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교감님은 활짝 웃으시며 밝은 목소리로 "참석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요."라며 나를 위로해 주셨다. 나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교감님에게  "앞으로 그 시간(토요일 빼먹은 시간)이상으로 벌충토록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며 대법당 안으로 들어섰다.   

  이번 여름에 있었던 나의 가장 인상 깊은 추억이다.
  만일 워크샵에 끝까지 함께 했더라면 소변이 크게 마려워 경찰서에 황급히 들어가는 그런 고약한 경험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지난 토요일에 콘서트에 예타원과 함께 참석한 것도 은혜로운 일이고,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 다른 감사 한 분이 내 대신 일을 처리해 준 것도 감사한 일이며, 무엇보다 오후 일정을 담당해준 법동지들에게도 큰 은혜를 입었다는 것을 알았다.

  진리는 생멸이 없지만 인과가 있고 보복도 있다. 선인선과 악인악과. 이번 일만큼은 내가 입었던 은혜를 잊지 않아야 하리라. 내가 입은 은혜에 대해 내가 갚아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앞으로 창립 100년 기념행사에 한 축을 담당한 행사장엄 분과장으로서 오롯이 책임을 다해 은혜에 보은해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해본다.

  문득 한 감상을 얻었다. 창립 100년 기념식을 "장엄하게! 재미있게!" 치러야겠다는 감상이다.
  좋은 사람이라고 다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재미 있는 사람은 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행사장엄분과는 내년 3월 30일에 있을 창립100년 기념식을 그렇게 치러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