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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사은이고 몰라도 사은이다

“교회의 미래 아닌 청년의 오늘 위해 교회를 바꿔 달라”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개최한 ‘2023 국민미션포럼’의 주요 발제자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 신석현 포토그래퍼© Copyright@국민일보

“요즘 친구들은 매일 술 마시고 맘껏 놀 수 있는데도 넘치는 자유 속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경우가 적잖다.… 이들이 겪는 외로움 문제가 회심의 여정에 들어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아닐까.”(박민희·가명·35)

“과거엔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착한 이미지가 있었다. 근데 요즘은 아주 배타적인 이미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더 심해졌다.”(이인성·가명·28)

국민일보(사장 변재운)와 사귐과섬김(공동대표 이규현 주승중 유관재 목사)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개최한 ‘2023 국민미션포럼’에서 공개된 2040 기독청년의 속내다. 이들의 허심탄회한 목소리는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의 ‘한국교회 다음세대의 희망은 어디에 있나’ 강연에서 나왔다. 이날 김 교수는 지난 8월 16일부터 한 달간 화상회의 플랫폼 줌과 대면 인터뷰로 진행한 질적조사 내용을 토대로 현재 기독청년이 처한 현실과 이들이 한국교회에 기대하는 점을 제시했다.

‘2023 국민미션포럼’의 주요 발제자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 김지훈 기자© Copyright@국민일보

청년세대는 교회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고 ‘실질적인 영성을 추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교회의 불편한 관습’은 버리고 ‘문화적으로 유연한 교회’가 돼 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불편한 관습의 사례로 교회 지도자의 성차별·정치편향적 언어나 혐오 발언 등이 언급됐다. 김 교수는 “기독청년은 과거보다 훨씬 비종교적이고 기독교에 비우호적 분위기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교회가 공적 품위를 유지하며 신앙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23 국민미션포럼’의 주요 발제자 이기용(신길교회)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Copyright@국민일보

인공지능(AI)에 익숙한 이들 세대 목회를 위한 구체적 제안도 나왔다. ‘챗GPT 시대, 다음세대 목회방안’을 강연한 이기용 신길교회 목사는 “다음세대뿐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교회가 AI 기술을 복음의 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음세대가 AI 챗봇에서 올바른 정보를 얻도록 성경 등 주요 기독 자료를 데이터화하는 데 한국교회가 힘쓰자”고 주문했다.

발제 후 패널토론에선 한규삼(충현교회) 표영준(대구 우리동네교회) 목사와 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국장이 참여해 한국교회 다음세대 목회 현실을 전했다. 한 목사는 “이 시대의 여러 변화는 두려움과 위협인 동시에 희망과 기회일 수 있다”며 “이 가운데 한국교회는 성경이 말하는 소망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붙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2023 국민미션포럼’의 주요 발제자 조성실(소망교회) 목사. 김지훈 기자© Copyright@국민일보

김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 등 여러 재난을 마주하며 살아온 청년세대에 내재한 불안의 정서를 상세히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이들에게 공감과 포용의 자세로 다가갈 것을 제언했다. 그는 “다음세대는 미래가 아닌 오늘 존재한다. 교회의 미래가 아닌 청년의 오늘을 위해서 교회를 바꿔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들은 다양한 형태로 각자의 삶을 사는 이들을 포용하는 교회,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공동체를 원한다”며 “오늘을 사는 청년과 시선을 맞추고 동행하는 한국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23 국민미션포럼’의 주요 토론자 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국장. 신석현 포토그래퍼© Copyright@국민일보

표 목사 역시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는 다음세대의 회복을 위해 한국교회가 나설 것을 당부했다. 표 목사는 “청년세대에게 손을 잡아줄 뿐 아니라 그 행위의 근거가 되는 말씀도 공고히 전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세대에게 총체적 복음을 전하는 한국교회가 되자”고 말했다.

양민경 임보혁 이현성 기자 grieg@kmib.co.kr